1  ♬ 趙甲濟 칼럼<全斗煥의 人生逆轉> 원제혁 100 2005-05-13
全斗煥의 인생 逆轉,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의 變轉--조갑제, 2005.5.7.

全斗煥 전 대통령에 대한 나의 생각은 몇 번 바뀌었다. 10·26 사건 직후 그가 합동수사본부장으로서 국민들 앞에 나와 朴正熙 대통령 시해사건 전모를 발표했을 때의 인상은 무언가 일을 낼 사람이란 정도였다. 불과 일곱 달 뒤 나의 삶도 全斗煥·신군부의 집권과과 함께 航路가 바뀐다. 사회부기자이던 나는 신문사에 病暇를 내어놓고 광주사태를 취재하러 갔다가 돌아온 뒤 해직되었다. 그해 가을 新軍部의 소위 反정부 언론인 해직 조치 때 나는 확인사살되었다. 그 1년 뒤 나는 먹고살기 위하여 서울로 직장을 옮겨 25년째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한국 現代史의 本流를 체험하고 있다.
1980년대의 月刊朝鮮은 朴正熙 全斗煥이란 이름 여섯 자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고 해도 過言이 아니다. 朴正熙 시절의 정치 秘話로 독자층을 노점상들에게까지 넓혀간 月刊朝鮮은 1985년 2·12총선 이후엔 민주화의 大勢를 타고 정권과 대결하는 기사를 많이 썼다. 이 과정에서 安企部에 의한 기사 삭제, 인쇄중단, 배포된 책 회수, 기자 연행 사태가 이어졌다.

나는 1986년2월호에 썼던 '한국내 美 CIA'란 기사 때문에 안기부에 끌려가서 조사를 받고 강제해직되었다가 넉 달 뒤 돌아왔다. 내가 재빨리 언론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민주화 투쟁에 밀려 全斗煥 정권이 퇴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그 1년 뒤 나는 鄭昇和 전 계엄사령관을 인터뷰하여 12·12 사건의 패륜성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이 기사가 계기가 되어 鄭 장군과 친해진 나는 그분이 녹음테이프에 구술해둔 회고록을 정리하여 '12·12, 鄭昇和는 말한다'란 책(까치 출판사)으로 냈다.
그의 구술을 정리하면서 내가 가장 분노했던 것은 12·12 당일 밤 보안사에 끌려간 현직 계엄사령관이 수사관들로부터 물고문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선비 같이 강직한 鄭 장군은 "내가 6·25 때 왜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이런 치욕을 당하는가"라고 생각했다
는 것이었다. 나는 全斗煥 일당이 언젠가는 이 業報를 당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1987년 12월 大選에서 12·12 사건이 가장 큰 쟁점이 되고 결국은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수사'로 이어져 全斗煥 盧泰愚 두 대통령이 구속되기에 이른 데는 月刊朝鮮과 나의 계속된 취재와 폭로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全斗煥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 이후 나의 생각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권력의 갑옷을 벗고 난 全斗煥의 인간됨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 여성잡지에 '전두환씨를 변호한다'란 기사를 써 그에 대한 언론과 世論의 뭇매를 비판했고, 6·29 선언이 당시 알려진 것과는 달리 全斗煥 연출-盧泰愚 주연으로 이뤄진 것임을 폭로하기도 했다. 1995년 金泳三 대통령이 5·18 특별법을 만들어 그를 구속했을 때 나는 '全斗煥 구속은 과연 正義를 구현하는가'라는 기사로 비판했다. 나는 이 사건 고발자인 鄭昇和 장군을 만나 이렇게 하는 것이 개인적 보복은 될지 모르지만 역사에 正義를 세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도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990년 月刊朝鮮에 여섯 차례 연재했던 내용과 12·12 사건 수사기록의 중요 證言이다. 1990년의 취재는 全斗煥의 집권과정에 대한 관련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하였다. 집권과정의 全貌가 10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 재판자료로 드러난 지금 그때 기사를 읽어보아도 당시의 연재기사가 거의 정확했다는 느낌이 든다. 기자는 三一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참여자 이상으로 정확하게 재구성해야 하는 직업인이다.

훗날 역사는 全斗煥을 지금처럼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겐 집권과정에서의 流血사사태와 정치자금 모집이란 過를 덮을 만한 功이 있다. 單任 약속의 실천과 6·29 민주화 선언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은 한국이 민주화로 넘어가는 결정적 分水嶺이었다. 무엇보다도 1980년대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1%로서 세계 200여개국 중 1위였다! 이런 경제성장 덕분에 한국은 민주화의 소용돌이를 감당하면서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格이 다른 나라가 되었다. 全斗煥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약4년에 걸친 귀양살이와 옥살이를 한 것도 길게 보면 한국의 민주화를 입증한 사건일 뿐 아니라 그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 것이 아닐까. 그런 受難이 없었더라면 全斗煥은 양지바른 길을 질주하다가 인생의 쓴맛과 참맛을 보지 못하고, 그래서 인생을 헛살고 끝냈을 것이 아닌가. 全斗煥의 인생 逆轉,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의 變轉, 이게 모두 한국 현대사의 위대한 발전과 복잡성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The John Dunvar Theme from Dances with Wolves - "John B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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