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가 담긴 상자



아서 랭크라는 영국의 실업가는 사업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항상 불안했습니다.



많은 염려 가운데 살던 그는 

'염려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는 매주 수요일을 염려의 날로 정하고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걱정거리가 생긴 

날짜와 내용들을 적어 상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날, 그는 상자 속의 메모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자에 넣을 당시만 해도 큰 문젯거리였던 

그것이 훗날 다시 읽을 즈음에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상자를 계속 활용하면서 그가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이 살면서 크게 고민하며 염려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워터 하우스 / 황금 상자를 여는 프쉬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금기를 어긴 죄로 낙원에서 

쫓겨나 많은 특권을 상실하고 

이로 인해 인간은 뺏고 빼앗기는 굴레 속에 

빠지게 되었던 이브의 사과와 



그리스의 젊은 영웅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헬렌을 취함으로써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트로이 멸망" 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룬 파리스의 사과가 

저주와 멸망의 사과였다면 



약소국의 독립운동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된 

빌헬름 텔의 사과와 만유인력의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뉴턴의 사과는 역경을 이기려는 

도전 정신과 준비된 노력으로 

새로운 세상, 근대과학을 

발전시킨 획기적인 창조의 사과이다. 



사과 나무 밭, 에덴 동산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사과 꽃을 피워내고 

눈 현란할 향기로 유혹의 손길을 내어 민다. 



그러나 이 사과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도태를, 

변화에 발 맞춰 자기 스스로를 냉혹하게 

구조 조정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의 바다로 안착 시킨다. 





 





내 형편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물러서려고 해 봐야 물러설 곳도 없다.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나밖에 없다. 

오냐, 더 물러설 곳이 없으니 

차라리 용기를 내서 들어가보자. 



- 프쉬케가 큐피트의 정원에 들어감 





아폴론 신전에서 

아폴론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처녀는 인간의 아내가 될 팔자가 아니다. 

보아라. 올림포스 신들도 인간도 그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요사스러운 괴물이 산꼭대기에서 처녀를 기다리고 있구나.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 

아름다움이란 비와 같아서 모자라면 가뭄이라 하고 

넘 치면 홍수라 하지 않더냐" 



아폴론의 뜻을 전해들은 

왕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딸을 불러 다 놓고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얘야, 이 일을 장차 어쩌면 좋겠느냐  

나는 곧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다 만 

이 땅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너는 장차 어쩌려느냐" 



그러나 프쉬케는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했다. 



"아버지, 저도 상심하지 않을 테니, 

아버지도 제 팔자 때문에 상심하지 마세요. 

아폴론 신의 뜻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저 바위산 꼭대기에 사는 괴물의 아내가 될 운명이라니, 

제 발로 가렵니다" 











선택은 순전히 '자기변화'에 달려 있다.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은 세상이다. 

내 맘 같지 않은 네 맘 때문에 가슴 아린 날도 있고 

예기치 못한 절망 앞에서 두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리고 싶은 날도 있는 것이다. 



불면의 문고리를 달그락 거리며 벽보고 돌아누워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꺼낸 선택의 사과는 

'긍정적 자기변화' 라는 이름의 사과였다. 



피할 수 없을 땐 즐겨라! 



'상자에 넣을 당시만 해도 

큰 문젯거리였던 그것이 훗날 다시 읽을 즈음에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서 랭크의 메모지를 다시 읽으며 

판도라의 상자에 못을 박아보는 아침이다. 





자료출처 : 그리스 신화집